한때 신문과 잡지는 세상과 사람을 잇는 가장 중요한 창구였다. 매일 아침 현관 앞에 배달되는 신문을 펼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소식을 접하고, 주말이면 잡지를 통해 깊이 있는 칼럼과 화려한 화보를 즐기는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오늘은 사라져 가는 직업군 중 신문. 잡지 기자라는 직업의 현주소를 소개해 볼 예정입니다.
종이 매체의 쇠퇴와 기자들의 변화
기자는 그 과정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존재였다.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독자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미디어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종이 매체의 발행 부수는 급격히 줄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아침 신문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온라인 기사, SNS 속 짧은 글,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영상·음성 콘텐츠로 정보를 소비한다.
특히 2010년대 이후 포털 사이트와 뉴스 앱의 확산은 “신문 기자의 글을 기다려 읽는” 문화 자체를 크게 약화시켰다. 독자들은 구독료를 내고 종이 신문을 받아보기보다, 무료로 제공되는 온라인 기사를 빠르게 확인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 변화는 곧 신문·잡지 기자들의 입지를 줄이는 요인이 되었다. 예전에는 기자가 ‘정보를 독점적으로 취재하고 제공하는 전문가’였다면,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촬영하고, SNS에 글을 올려 즉시 수천 명에게 알릴 수 있는 시대다. 기자라는 직업은 더 이상 독점적인 위치를 갖기 어렵게 된 것이다.
단순 정보성 기사, AI의 손에 넘어가다
신문과 잡지에서 가장 많이 다뤘던 기사 중 하나는 단순 정보성 기사였다. 오늘의 날씨, 주식 시장의 등락, 어제 치러진 경기의 결과, 각종 통계 수치 같은 내용은 기자가 사실을 확인하고 정리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이제 이런 기사는 더 이상 사람이 직접 쓸 필요가 없어졌다.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데이터 기반 기사 작성은 이미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 결과를 입력하면, AI는 득점 상황, 주요 선수 기록, 승패 요약 등을 몇 초 만에 기사 형태로 완성한다. 날씨 예보나 주식 시황 역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빠르고 정확하게 기사화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이 직접 정리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며, 오류 가능성도 적다.
실제로 해외 주요 언론사들은 이미 AI 기자를 활용하고 있다. AP통신은 기업 실적 보고서를 자동화 시스템으로 작성해 배포하고 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헬리오그래프(Heliograf)’라는 AI 툴을 이용해 올림픽 경기 결과나 지역 선거 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했다. 한국 언론사들 또한 스포츠 속보나 증시 요약 기사를 AI로 대체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단순 사실 전달자’로서의 기자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독자들은 더 이상 사람이 쓴 간단한 경기 결과나 주가 등락 기사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기계가 더 빨리,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일부 기자 직군의 필요성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 기자가 남길 수 있는 영역: 분석과 탐사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자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는 여전히 존재하며, 바로 깊이 있는 분석과 탐사 보도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지만, 맥락과 의도를 파악하고, 권력이나 사회 구조 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치 스캔들, 대기업의 비자금 문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 같은 주제는 단순히 수치와 사실만 나열해서는 독자가 진실을 알 수 없다. 기자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증언을 수집하며, 관계를 분석해 사건의 본질을 파헤친다. 이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또한 좋은 기자는 단순히 사실 전달을 넘어 독자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도록 관점을 제시한다. 기후 위기, 인공지능 윤리, 젠더 문제와 같은 복잡한 사회적 주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AI는 데이터와 과거 패턴에 근거한 요약은 가능하지만, 맥락과 인간적 통찰을 담은 해석은 어렵다. 결국 깊이 있는 저널리즘은 여전히 인간 기자의 몫인 것이다.
더 나아가 기자의 존재는 단순한 직업적 의미를 넘어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권력 감시와 진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적 사명은 결코 사라질 수 없으며, 이는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임무다.
신문·잡지 기자라는 직업은 디지털 시대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종이 매체의 쇠퇴와 정보 소비 방식의 변화, AI의 기사 작성 능력은 일부 기자들의 자리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깊이 있는 분석과 탐사 보도, 사회를 비추는 통찰의 영역은 여전히 인간 기자가 필요한 분야다.
기술 발전이 단순 업무를 대체하는 만큼, 기자라는 직업은 단순한 사실 전달자에서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전문가로 변모해야 한다. 앞으로의 저널리즘은 기계와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며, 효율성과 깊이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결국 사라지는 것은 ‘일부 기자의 역할’이지, ‘기자라는 직업 전체’는 아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의 눈과 귀, 그리고 글이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