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계산원은 오랫동안 소비자와 가장 먼저,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사람으로 자리해 왔다. 오늘은 사라져 가는 직업 중 편의점, 마트 계산원에 대하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때 일상의 풍경이었던 계산원의 자리
손님이 장바구니에 담은 물건을 하나하나 바코드 리더기로 찍으며 가격을 합산하고, 친절하게 “포인트 적립하시겠어요?”라고 묻던 그 순간은 쇼핑 과정의 당연한 풍경이었다. 특히 1990~2000년대만 해도 계산대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고, 계산원의 손놀림이 빠르면 빠를수록 ‘일 잘하는 직원’으로 불리곤 했다.
계산원은 단순히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주는 역할만 한 것이 아니었다. 소비자와 매장을 이어주는 중요한 접점이었으며, 매장 서비스 품질을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웃는 얼굴로 인사하며 계산을 마무리해주는 짧은 교류는 손님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고, 매장의 이미지에도 직결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인건비 상승, 소비자의 시간 절약 욕구,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 발전이 기존의 계산원 업무를 서서히 대체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무인 계산대’와 ‘셀프 결제 시스템’의 보급은 계산원의 자리를 크게 흔드는 전환점이 되었다.
셀프 결제와 무인 계산대의 확산
최근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셀프 계산대가 매장 입구와 출구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직접 물건의 바코드를 찍고, 카드나 모바일 페이로 결제를 마치면 된다. 사람을 거치지 않아도 되니 계산 속도가 빨라지고, 대기 줄에 서는 불편함도 줄어든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셀프 결제가 효율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점점 더 빠른 소비 경험을 원하는 현대인에게는 직원과의 대화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점심시간에 편의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구매하려는 직장인들은 빠른 셀프 계산 덕분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무인화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인건비 절감 효과가 가장 크다. 마트나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계산원은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무인 계산대는 설치만 하면 밤낮없이 작동할 수 있으며, 관리 인력만 최소로 두면 된다. 이는 곧 매장의 운영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셀프 결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무인 계산대는 위생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그 결과 편의점 업계는 무인 점포를 실험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완전히 직원이 없는 ‘스마트 스토어’가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렇듯 무인화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와 맞물린 필연적인 흐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곧 계산원이라는 직업의 입지가 줄어드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줄어드는 일자리와 남겨진 과제들
무인 계산대와 셀프 결제가 확산됨에 따라,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이들은 계산원들이다. 단순히 기계를 운영할 줄 알면 충분히 대체가 가능한 업무라는 점에서, 이 직업은 자동화에 취약한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실제로 대형 유통업체들은 점차 계산원을 줄이고 있으며, 대신 매장 관리나 고객 응대 업무로 직무를 재편하고 있다.
물론 계산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고령층이나 기계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사람을 통한 결제를 선호한다. 또 술·담배처럼 나이 확인이 필요한 물품은 직원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계산원 수요는 앞으로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계산원들이 맡았던 자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 결제 업무에서 벗어나, 고객 경험을 강화하는 쪽으로 역할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계산원 대신 ‘매장 안내 도우미’나 ‘고객 서비스 매니저’ 같은 직무가 생겨날 수 있다. 상품 진열, 매장 청결 관리, 고객 불편 해소 등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세심한 서비스가 새로운 역할로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이런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무인화는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흐름이지만, 동시에 기존 일자리 감소라는 문제를 동반한다. 자동화로 인한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교육 프로그램이나 직무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기계가 사람을 밀어내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기계와 협력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편의점과 마트의 계산원은 한때 쇼핑 경험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무인 계산대와 셀프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그 자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효율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계산원의 역할은 단순 결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갈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준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