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는 도시 생활의 필수 인력이었다.
퇴근길에 택시를 잡아타는 순간, 버스에 올라 창밖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은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 있다. 대중교통은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리듬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중심에는 늘 운전기사가 있었다.
도시의 발과 손이었던 운전기사들
택시 기사는 손님을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며, 때로는 승객과 대화를 나누는 도시의 작은 심리 상담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버스 기사는 매일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내리며 도시의 혈관을 흐르는 피처럼 사람과 사람을 연결했다. 이들의 노동이 없었다면, 도시의 삶은 멈추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교통 산업에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율주행 기술이다. AI와 센서, 빅데이터, 초고속 통신망의 발전은 차량이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시대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는 곧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의 존재 자체를 흔들고 있다.
자율주행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시험 단계를 넘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세계 각국은 무인 셔틀버스,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구글의 웨이모(Waymo), 테슬라,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기술을 개발하면서, 운전이라는 행위가 ‘기계에게 맡길 수 있는 일’로 바뀌고 있다.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직업군이 바로 택시·버스 운전기사다.
택시 기사의 경우, 자율주행 택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기업과 승객 모두에게 매력적이다. 호출 앱을 통해 가까운 차량이 자동으로 배차되고, 요금도 더 저렴해진다면 사람들은 굳이 ‘사람 기사’를 찾지 않을 것이다.
버스 기사의 경우, 이미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 캠퍼스에서는 자율주행 셔틀이 운행되고 있다. 정해진 노선을 반복적으로 운행하는 버스는 기술 적용이 쉽고, 안전성 확보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또한 물류 산업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장거리 트럭 운전은 운전자의 피로, 교통사고 위험, 인력 부족 문제가 늘 존재해왔다. 하지만 자율주행 트럭은 쉬지 않고 주행이 가능하며, 물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결국 택시, 버스, 트럭 등 도로 위의 수많은 직업 운전자들이 기술 발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사라짐과 변화의 갈림길
그렇다면 운전기사라는 직업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거나, 새로운 역할이 생겨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안전 문제다. 자율주행은 많은 장점을 지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기계가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악천후, 갑작스러운 보행자 등장, 시스템 오류 같은 돌발 상황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초기에는 ‘안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운전자가 탑승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고객 경험의 차이다. 택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때로는 승객과 기사의 교감이 중요한 순간이 된다. 심야 귀가길에 안심을 주는 기사, 길을 안내하며 대화를 나누는 기사와 같은 경험은 기계가 제공하기 어렵다. 특히 고령층이나 디지털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사람 기사가 주는 신뢰가 필요하다.
셋째, 새로운 직업으로의 전환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단순히 ‘운전만 하는 기사’는 줄어들겠지만, 대신 차량 시스템을 관리하고, 승객 안전을 보조하며, 서비스를 기획·운영하는 모빌리티 관리자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택시·버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도 단순 운송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는 곧 운전기사의 역할도 단순한 ‘운전자’에서 ‘서비스 제공자’로 변신해야 함을 의미한다.
택시와 버스 운전기사는 한 세대의 도시 생활을 지탱해온 주역이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이 직업을 크게 흔들고 있다. 단순 반복적인 운전 업무는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으며, 앞으로 몇십 년 안에 교통 산업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그 변화가 곧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이 완전무결하지 않은 만큼, 사람의 개입은 여전히 필요하다. 또한 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안전감과 서비스 경험은 대체하기 어렵다. 따라서 운전기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진화해 갈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의 운전기사 이야기는 곧, 기술 발전 속에서 직업이 어떻게 변모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직업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지혜일 것이다.